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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5/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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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원제 Nudge :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2008) 리처드 H. 탈러, 카스 R. 선스타인 (지은이), 안진환 (옮긴이), 최정규 | 리더스북 출간일 : 2009-04-20| ISBN(13) : 9788901093154 양장본| 428쪽| 212*145mm | 15,5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워낙 영어실력이 형편없기는 하지만 '넛지 Nudge'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라네요.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적 개입 혹은 간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의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겨두는 것을 말합니다. 이해가 잘 안가시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고민했던 남자 소변기 청결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거예요. 공공화장실에 설치된 남자소변기 주변을 잘 보시면 '한 발만 더 다가와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소변을 누게 함으로써 밖으로 흘러나가는 소변량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은 이성적인 면에 호소하는 부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는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 중에서 선택하죠. 원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주는 것이죠. 암스테르담 공항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제3의 선택을 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둠으로써 남자들이 정확히 조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죠. 인센티브도 패널티도 아니지만 원하는 목적으로 달성하도록 부드러운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넛지라는 방법이 고안된 배경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같지만 의외로 멍청한 선택을 하기 일쑤입니다. 이 책에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그런 측면을 경제학에서 간파하고 연구한 것이 행동경제학이죠. 재테크과 심리학이 손을 잡았다는 내용의 책이 있다면 십중팔구 행동경제학을 다루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도 거기에서 출발을 하고 있죠. 하지만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판단의 오류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심리학적인 맹점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저자는 넛지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선택 설계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선택 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넛지'라는 개념에 대해서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넛지라는 개념은 일종의 칼이나 불 같은 것입니다. 잘 쓰면 약이고, 나쁘게 쓰면 독이 되는 것이죠. 대중을 상대로 뭔가를 설계할 정도면 높은 지위에 있거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잘 활용하면 그보다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그걸 전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중립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역시나 무리입니다. 넛지라는 개념 자체가 불완전한 인간에서 출발했듯이 선택 설계자를 완전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죠. 이 개념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온건한 개입을 허용할 경우, 머지않아 노골적인 조작이 될 것이고, 심한 경우 강제와 금지로까지 악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걱정이 그저 쓸데없다고 치부하기에는 가볍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래서 해제를 쓴 최정규 교수님도 말씀하셨듯이 이 책은 어떤 결론이 아니라 논의의 시작이며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윤리적인 문제를 배제한다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문제이기는 합니다. 내가 강사라면, 세일즈맨이라면, 어떤 모임의 리더라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거나 행동하도록 도움이 되는 이론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죠. 저 역시 경제학과 심리학 모두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좀더 고민해봐야겠지만요.
인상깊은 구절 :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은 모든 형태의 개입주의를 반대한다. 그들은 정부가 국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선택안 최대한 늘리기'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러한 방식과 획일적인 지시라는 양 극단 사이에 다른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 충분한 정보, 즉각적인 피드백이 제공되는 경우에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피드백이 느리거나 별로 없는 경우에는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존재인 한, 선택 설계에 약간만 변화를 주어도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비단 MBA 학생들뿐이 아니다. '평균 이상' 효과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운전자들 가운데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90%에 달한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개인들이 감수하는 수많은 리스크들을 설명해준다. 특히 생명과 건강에 대한 리스크는 더더욱 그러하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인간의 삶에 널리 퍼져 있는 광범위한 특징이다. 그러나 해악에 대한 면역성을 과대평가하다보면 분별 있는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낙관주의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면 넛지를 사용하여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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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5/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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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조성주 (지은이) | 시대의창 출간일 : 2009-04-27| ISBN(13) : 9788959401437 반양장본| 220쪽| 223*152mm (A5신) | 13,5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옛날옛날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내신강화, 논술, 본고사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중고등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얘기를 담고 있었죠. 그런 배틀로얄에서 살아남은 20대들은 정말 당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고생끝 행복시작'을 경험했을까요.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20대가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이 그것이죠. 그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다른 것들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이 바로 대학등록금 1000만 원시대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많이 올라서 250만 원 전후였는데 그 사이 많이 오르긴 올랐네요. 하긴 얼마전까지 대학원을 다녀봐서 아는데 작년에 냈던 등록금이 800만 원이었으니 학교에 따라, 과의 특성에 따라 충분히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시대라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일단 왜 대학등록금이 1000만 원까지 올랐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국가가 대학교육을 자신의 책임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민간에 떠넘겼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대학교육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더 나아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너나할 것없이 뛰어들었고, 그러다보니 천정부지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이미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국가는 이런 무자비한 경쟁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문제는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가져다 준 후폭풍입니다. 일단 어찌어찌 대학에 들어가서도 1000만 원대의 등록금은 자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아닙니다. 돈이 있어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돈이 있어야 대학을 마칠 수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지원으로 공부와 자기계발에 전념할 수 있는 대학생과 시간을 쪼개어 돈을 벌어가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대학생들과는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한편으로 돈이 없으면 꾸어서라도 메꾸어야 하는데 졸업하자마자 거액의 빚을 안고 출발하는 사회초년생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묻지마 취업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개성강한 아이들이 맘에 들지 않는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도 어엿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경력만 난잡하게 쌓여있는 대체가능한 인력이 되었을 뿐이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그들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중산층이하 부모들은 그들의 노후대책도 구멍이 난 채 창년백수 또는 저급인력인 자녀와 점차 수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양극화 심화, 빈곤의 대물림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저자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는데 바로 한국 사회가 현재의 20대를 통채로 버리려고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선례도 있습니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미국의 젊은이들, 1990년대초 버블붕괴 이후 젊은 시절을 맞게 된 일본의 젊은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이후 사회 전반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평생을 생존에 대한 불안과 무력감으로 발버둥치며 살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20대들도 그렇게 될까요? 운이 없게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L자든, U자든 장기화될 경우 원치 않는 결말로 갈 가능성이 클 것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을까요. 등록금 문제는 후불제 도입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는 20대 노조결성을 통해서, 오해와 무관심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의 연대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제의식에 비하면 해결책이 다소 맥빠져보이나 그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좀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램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제도와 사회현상들이 맞물려 등장한 지금의 이 난국이 쉽게, 그리고 단기간에 변화할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지만 결국 지금 이순간 개인이 선택해야 할 것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외국으로 떠서 그곳에서 성공하는 것밖에 없을까요. 그것도 이방인의 신분으로 쉽지 않은데 말이죠. 답답~합니다.
인상깊은 구절 :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진보' 또는 '개혁'을 자처하는 세력들은 늘 20대 청년학생들은 자신의 편이라고 확신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오랫동안 참아왔던 20대들의 무서운 경고였다. 그들에게는 변화하지 않는 것, 닫혀 있는 것이 바로 보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세대보다 진보적인 한국의 20대는 그러한 낡고 지루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화를 이야기하며 10여 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386세대는 지금의 20대에게 더 이상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와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를 던져주고는 지금의 20대가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을 뿐이다.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10년간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세력 모두 한국의 20대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그나마 사회적으로 있어 보이는(?) 일자리에 취직해봐도 결국 비정규직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노동이다. 따라서 왜 20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느니 몇 년의 시간과 취업 사교육비를 더 투자해서 7급이나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비정규직이 되면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비정규직이 바로 900만 명에 이르고 있는 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20대 청년들에게 '청년실업자'가 될 것인지 '비정규직'이 될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문제다. 이 안에서 20대 청년들은 서로 가혹하게 경쟁해야 하고 그 중 아주 소수만이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패자로서 비정규직이냐 실업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아주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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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5/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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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되는 자식농사 - 지식형 보다는 창의적 인재로 이형우 (지은이) | 영화조세통람 출간일 : 2009-04-27| ISBN(13) : 9788980360741 440쪽| 257*188mm (B5) | 15,000원
젊은이, 길 잘못 들었네! - 지식형 보다는 창의적 인재로 이형우 (지은이) | 영화조세통람 출간일 : 2009-04-27| ISBN(13) : 9788980360758 440쪽| 257*188mm (B5) | 15,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교육현실을 개탄하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왔는데 '마음대로 안되는 자식농사'는 부모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다루고 있고, '젊은이, 길 잘못 들었네!'는 젊은 세대가 스스로를 구원해야 할 방법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둘 다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반 정도를 날려버리면 저자의 주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완성도 역시 높아졌을 것같은데 편집자가 제대로 통제를 못한 것같네요.
먼저 앞의 책부터 살펴보죠. '마음대로 안되는 자식농사'는 부모가 알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지식형 인재가 아니라 창의적 인재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오히려 창의성을 죽이는 후진적인 교육방식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그래서 사교육에 휘둘리는 대신 중심을 잡고 자녀의 롤 모델이 되어 제대로 된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내용이 1부와 2부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뭐 틀린 애기는 아닌데 구체적이지 못하고 원론적인 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고 따분한 편입니다. 실제로 같은 취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사례와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 그리고 극복방법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면 좋은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죠.
제가 이 책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려야 한다고 얘기했던 것도 그때문입니다. 특히 3부~6부는 부모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 국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말들입니다. 물론 한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이 부모 하나 정신차려서 내 새끼 잘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학교, 국가가 모두 손발이 맞아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이죠. 3부에서 6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은 챕터 하나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분량을 앞에서 설명한 풍부한 사례와 직접적인 경험으로 채우는 것이 부모들에게 보다 실천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굴 예상독자로 할 것인지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욕에 넘친 원고가 나왔고 그걸 편집자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로 이런 산만하고 원론적인 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
두번째 책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이, 길 잘못 들었네!'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교육현장을 극복하여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고 후세을 위한 새로운 기틀을 만들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원론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고 구체적인 지침이라고는 미래비전 설정과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수립을 하라는 것뿐입니다. 물론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거창한 계획도 쓸모없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와닿는 통계나 사례 대신에 주장~ 주장~ 주장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야 쉽게 패러다임이 바뀔 수가 있을런지;;;
얼마전까지 우화 형식의 소프트한 자기계발서가 우리나라 출판계를 휩쓸었던 이유는 딱딱한 주장만으로는 잘 읽히지 않고, 읽히되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는 반성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너무 가벼워서 알멩이가 없다고 또 문제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술방법은 복고를 넘어 너무 옛날식이 아닐까 싶네요. 저자의 자기만족은 될지언정 과연 젊은이들이 이 책들을 집어서 읽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죠. 일단 읽어야 마음이 바뀌든 말든 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앞에서 말한 모든 문제를 덮어버리는 더 큰 흠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표절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같은 주제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여러 권의 책을 쓰다보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 ctrl+c해서 ctrl+v로 붙여넣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두 책을 함께 펴놓고 똑같은 문장을 골라낸다면 그것도 꽤 많은 분량이 나오겠더군요. 일일이 비교해서 정리하자니 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암튼 저도 꽤나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처음 겪는 경우라 약간 당황을...
ps. 혹시나 개정판을 생각중이라면 조금 더 감각도 있고, 통편집에 과감할 수 있는 편집자를 새롭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란 그저 오탈자를 교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5월 7일 북코치 권윤구 (www.bookcoach.kr)
인상깊은 구절 : 문제를 자식들의 탓으로 돌리고 체념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기성세대의 무책임성과 미래 세대의 정신적 암울함을 내다볼 수 있다. 세상이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주위의 간접적인 보살핌 속에 안전하게 자랄 수 있었던 과거와 다르다. 신세대들이 도전받는 사회적인 병폐나 그늘은 오늘을 사는 아이들이 극복하기에는 과거의 그것과 질적으로 다르게 황폐해져 있다. 전염성 또한 매우 강하다.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보다 훨씬 뚜렷한 주관과 자아의식을 구비하지 않으면 주변환경이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자식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기 전에 "부모들 스스로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自省)해야 한다. 자신들의 부족함과 게으름을 젊은 세대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직장이 먹고 살자고 다니는 곳이라면 허무하다. 삶의 과정이 학교라는 배움터에서 직장이라는 배움터로 옮겨진 것에 불과하다. 내가 아닌 직장이 나를 선택하게 하면 삶은 고달파진다. 경영과 기술이 앞선 선진외국 회사의 경우 일을 하는 만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축적된다. 반면 경영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기업환경은 조직원들의 자질향상을 고양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나의 역량개발에 필요한 일터를 스스로 선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는 직장이라는 일터를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배움터로 활용할 때 가능하다. 돈 받으며 배우는 일터가 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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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2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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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치의 비밀 - 억대 연봉을 받는 기술 나카무라 가즈하루 (지은이), 박재현 (옮긴이) | 신원문화사 출간일 : 2008-09-30| ISBN(13) : 9788935914630 반양장본| 230쪽| 223*152mm (A5신) | 12,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시작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완수하지 못하고 쉽게 질리는 탓에 50종이 넘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프리터족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느낀 바 있어 샐러리맨이 되었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신세가 되었죠. 능력이 없으니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았고, 그걸 보충하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에다 게임까지 하니 한달에 절반을 지각하는 쓰레기 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니 사장은 출근할 때마다 사표내라고 소리지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뒤 그의 모습은 최연소 임원으로 40명이 넘는 부하직원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성공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요. 이 책은 그 비밀에 대해서 공개하였습니다.
사실 그 비밀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회사와 대립되는 방향으로 사고했던 샐러리맨 관점을 버리고, 회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은 방향으로 고민을 했고 그 답을 실천에 옮긴 것뿐입니다. 그렇게 힘든 해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일단 관점을 바꾼다는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생각 밖의 일이고, 우연한 계기로 그런 통찰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그 실효성에 대해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 역시 뻔합니다. 제도교육에서는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하는 샐러리맨을 양성하려고만 할 뿐 색다른 아이디어와 모험심으로 무장한 사업가나 투자가를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샐러리맨으로서 부자가 된다는 샐러리치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만) 하거나 아예 눈치만 보면서 농땡이를 치기 마련이죠. 그래서 전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라는 책에서 직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공부로 경제학을 꼽는 데 큰 공감을 했습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서 돈을 벌고 있는지, 번 돈이 회사로 들어와 어떻게 흘러다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회사에서 인정도 받으면서 경제적인 보상도 충분히 받는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윤석철 교수의 생존부등식에 빗대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존부등식이란 가치 > 가격 > 비용을 가리킵니다.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용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그 상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표시된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고객이 느껴야 한다는 것이죠. 이 공식을 고용시장에도 적용해보겠습니다. 많은 대졸 신입사원이 희망연봉을 말합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왜 그렇게 받아야 하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실수를 많이 하죠. 대학교를 졸업하는데 어느 정도의 돈이 들었고, 앞으로 생활하는데에도 어느 정도의 돈이 들기 때문에 이 금액 이하는 절대 양보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 책정의 기준으로 비용이 준거점을 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지불하는 임금보다 직원이 회사에 벌어다주는 매출이 훨씬 커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 책에서는 영업자라면 최소 임금의 3배이상, 우수한 영업자라면 5배 이상 수익을 내어야 한다라고 써있네요. 회사는 직원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 > 비용 공식에 관심이 없습니다. 회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치 > 가격입니다. 채용을 할 경우 누가 과연 임금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이죠. 직원이 정말 고액연봉을 받고 싶다면 가격 > 비용보다는 가치 > 가격의 영역으로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거기에 맞추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유능한 샐러리맨이었던 사람이라면 결코 얻지 못했을 통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능과 유능을 오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 이치를 깨달은 저자라면 명예퇴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그저 주어진 일을 처리하면서 회사형 인간으로 퇴화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 돈이 흘러가는 이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저자 약력을 보니 이미 독립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네요. 읽기 전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서 놀란 책이라 하겠습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인상깊은 구절 : 회사에는 여러 가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아무리 가치(성과를 만들 수 있는 능력)가 있다 해도 회사가 그 가치를 요구하지 않는 한 활약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가령 당신에게 1분 동안에 햄버거 20개를 만드는 가치(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가 있어도 회사가 필요치 않으면 그것을 인정할 리 없다. 어디까지나 당신이 만들어낸 성과가 회사를 위한 것일 경우에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를 위한 일을 가치로서 높여갈 필요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급료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성과를 제공받기 때문에 사원에게 보수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만 있다면 돈은 들어오지 않으니, 급료를 지불하지 못하고 회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는 급료를 매월 지불하고 직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그러므로 사원에게는 성과에 합당한 급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감사할 필요는 있지만, 회사와 사원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50 대 50이다. 사원은 성과를 내고, 회사는 성과분의 급료를 지불한다. 관계는 매우 간단하다. 급료분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급료를 낮추든가 해고다. 회사는 그럴 권리가 있다.
슈퍼스타 한 사람에 의존하는 체제는 작은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같은 일을 10일 걸려도 해내지 못하는 한심한 사원을 꾸짖으면서 5일 만에 해내는 우수사원의 성과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마침내 한계가 오고 만다. 아무리 슈퍼스타 사원이라도 5일로 성과를 얻을 때가 있는가 하면 8일이 걸릴 때도 있다. 개인 능력에는 진폭이 있고 유능한 사원이 영원히 한 회사에 머무르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늘 7일에 해내는 시스템을 만들고, 전원이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초등학생이라도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일하지 않는다 해도, 개인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누구든 같은 성과를 올리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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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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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은이), 김경원 (옮긴이), 최규석 | 이루 출간일 : 2009-04-06| ISBN(13) : 9788993111156 반양장본| 228쪽| 223*152mm (A5신) | 11,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을 만나실 수가 있습니다. 얼마나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고 얼마나 남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이죠. 물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재테크란 말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니 아껴쓰면 최소한 1원이라도 남는 중산층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암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이 벌어도 체면치레든 뭐든 간에 번 만큼 써야 하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거나 부자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입니다. 오히려 쓰는 돈이 많아서 그걸 메꾸기 위해 죽어라 벌어야 한다면 더 불쌍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자본주의가 무서운 것은 바로 그 점에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뭔가를 계속 갖고 싶게 만들고,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필요 이상으로 가지게 계속 유혹을 하거든요. 물론 사람이란 빵(혹은 밥)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저런 욕망을 위해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지만 그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다보면 내가 무엇때문에 돈을 버는 지도 까먹기 일쑤입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를 다니지만, 오히려 그놈의 회사일때문에 가족의 행복이 위태롭게 되는 가정도 있잖아요.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Want와 Need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필요한 소비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저 갖고 싶은 것은 적절히 조절할 줄 알아야 하겠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가난뱅이는 그저 일보다 농땡이치기를 좋아하거나 땀흘리기를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필요 없는 곳에 쓴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신나게 사는 사람들을 말하죠. 돈을 쓸 생각이 없으니 돈을 벌 생각도 없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 세상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난뱅이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기존 권위를 향해서, 하기 싫은 일로 인생을 허비하며 돈에 끌려다니는 보통 사람들을 향해서 유쾌한 똥침을 날립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각종 기발한 반란을 일으키며 평생을 유쾌하게 살아온 한 30대 가난뱅이의 반란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선생님이, 부모님이 가리키는 대로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가난뱅이의 반란이 당혹스러울 겁니다. 반란이라도 해도 거창하게 혁명을 외치거나 반민주 반독재 구호를 외치거나 대열을 짜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동안의 전적만 봐도 공공장소에서 찌개 끊이기, 맥주 파티 투쟁, 카레 데모, 냄세 테러, 경찰 바람맞히기 등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반란이 대부분입니다. 왠지 찌질해보이는 그들의 반란.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보는 시각만큼이나 그들 역시 우리들을 찌질하게 보고 있다는 거.... 그게 핵심입니다. 쿨럭;;
전체적으로 이들이 원하는 세상은 익명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서로에 대해선 관심도 없이 무미건조한 또는 살벌하게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냉혹한 대도시적 삶이 아닙니다. 그들은 옆집 숟가락/젓가락이 몇개인지 훤하게 알 정도로 서로 관심도 나누고, 정도 나누고, 콩 한쪽도 반으로 쪼개어 살아가는 그때 그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같아요. 휴대폰이 없어도, 인터넷이 없어도, 컴퓨터 게임이 없어도 무슨 상관이냐. 가난해도 돈이 없어도 서로를 아끼며 웃음이 넘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죠. 게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신나게 하면서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도시 또는 작은 마을에서나 가능해보이는 삶을 대도시에서 그것도 대도시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론 찌질해보이고, 다른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한 그런 인간입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반란이 성공할지, 한국에도 수입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명을 받았던 것은 가난뱅이 생활 기술입니다. 여러분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먹고, 자고, 입고,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생존비용말입니다. 만약 이 돈을 정말 최소한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그 나머지 돈은 정말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정말 돈이 없어도(최소한의 비용으로도) 살 수 있는 기술을 알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그렇게 살 수도 있다는 각오만 있다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자신감이 든든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그저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노숙자와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난뱅이들이 자존심은 정말 더럽게 쎕니다. 그런 자존심과 각오가 있기 때문에 지금껏 살아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버는 만큼 쓰면서(즐기면서) 살고 있나요, 아님 이미 쓴 것때문에 당장 벌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외관상 비슷해 보일지라도 전자라면 욕망을 적절히 줄여가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자라면 언제 줄타기에서 미끄러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일 것이구요. 그건 풍요로운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인생을 저당잡힌 것뿐입니다. 가난뱅이인 저자가 도리어 찌질하다고 비웃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인상깊은 구절 :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집도 사고 해서 이제는 '우등반'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세! 안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 잠깐 일을 쉬거나 몇 년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놈들이라구. 이런 놈들은 무지무지 노력하고 무지무지 재수가 좋아야 해. 그리고 남을 벼랑에서 밀어 떨어뜨릴 용기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보통 사람한테는 무리지. 그런데 우리가 손가락 까딱 안 하고 빈둥빈둥 놀면 어떻게 되지? 백발백중 눈 깜짝할 새 돈이 떨어져서 찍소리도 못하게 될 거란 말이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 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우리가 노동운동과 다른 점은,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느냐를 고민한다는 거죠. 다시 말해 지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겁니다. 노동운동은 현존하는 체제 안에서 임금노동으로 살아가는 것을 전제로 삼고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대가를 받을까를 궁리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건 웃기지도 않는 수작이니까 일체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떠들어대죠.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 거야. 그냥 내 멋대로 살아갈 거야." 바로 이렇게요. 그래서 하루빨리 노동현장에서 도망을 나와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좋아요. 결국 이 사회는 아무리 돈을 받아도 죽을 때까지 전부 돈을 탈탈 써버리게 하는 시스템이니까요. 최후에는 자기 무덤을 사서 거기에 들어가는 거죠.
한국의 대학생들을 표현한다면, 착하고 얌전하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너드'(nerd)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너드,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너드, 그리고 아직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는 너드 등 몇 종류의 전형적인 너드들이 있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착한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어 보인다. 남에게는 별 관심 없고 자기만 잘 하면 된다고 굳게 믿으려 하지만, 사실 그런 믿음이 스스로도 잘 생기지 않는지 마음이 굉장히 허한, 약간씩은 애정 결핍증이 있어 보이는 너드들, 원래 너드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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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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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핑 - 세상에 맞서는 강력한 나를 만드는 힘 나라 마사히로, 다나카 우루베 미야코 (지은이), 윤혜림 (옮긴이) | 전나무숲 출간일 : 2009-04-17| ISBN(13) : 9788991373471 반양장본| 288쪽| 215*150mm | 13,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극과 반응 사이에 완충공간을 두라는 것이었죠. 자극이 오는 대로 반응한다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겠죠. 인간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고 그 빈틈을 이용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반응하며 살 것인가, 대응하며 살 것인가라는 중요한 선택을 말이죠. 물론 이 생각이 코비 박사의 독자적인 통찰이라기 보다는 빅터 프랭클의 연구에 빚을 많이 진 것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데에는 코비 박사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자극과 반응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실용적인 지침을 주고 있는 책입니다. 먼저 제목에 사용된 코핑부터 설명을 드려야 겠네요. 심리학에서는 '코핑(coping)'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스트레스 대처 행동이라고 정의한다고 합니다. 'cope'에 '대항하다', '어려운 상황이나 국면에 대처하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코핑을 '스트레스라는 어려운 상황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죠.
살면서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 닥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그 상황때문에 좌절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소설가 이문열씨의 어린 시절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내 자서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쓰고 있다.' 훗날 자서전을 쓸 정도면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겠죠. 이처럼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이겨내고 나중엔 꼭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그 고생때문에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를 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고생때문에 내 인생이 꼬여 망쳐졌다고 한탄을 하죠.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지금 어떤 대응을 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계시는지요.
일본에서 나온 인재가치측정기준 중에는 정신적인 맷집에 대해서도 평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적인 맷집이란 앞에서 설명한 코핑 능력입니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지, 고난을 어떻게 다루고 극복하는지 등은 학교 성적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꼭 배워두어야 할 필수과목 중의 하나가 코핑을 포함한 마인드콘트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책은 일본에서 온 자기계발서답게 도해나 삽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 텍스트량은 다른 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분량을 늘리기 위한 억지 도해나 삽화가 아니라 본문의 내용을 충분히 보완하는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앞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병에게 권해드리고 싶네요. 물론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철이 덜 든 중년이상에게도 필요하겠지만 나이랑 같이 먹은 고집때문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인지 왜곡의 대표적인 유형을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1) 과도한 일반화
몇 가지 사실을 들어 그것이 마치 일반적인 법칙인 것처럼 결론을 내린다
→ 'A는 두 번 실수했다. A에게 일을 맡기면 반드시 실수할 것이다'
2) 이분법적 사고 / 흑백 논리
사물이나 현상이 애매한 상태로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항상 명확하게 흑백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 '내 말을 따르지 않는 자는 모두 적이다'
3) 개인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실제로는 그 일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을 탓한다.
→ '그가 병이 난 것은 내가 찬바람을 쐬게 했기 때문이다'
4) 과대평가 / 과소평가
사소한 일을 부풀려서 크게 생각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낮게 평가한다.
→ '상사의 미움을 받으면 이 회사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5) 당위적 사고
자신이나 타인의 언동을 '꼭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단정짓는다.
→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
6) 고정관념 / 선입관
실제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아무 근거도 없이 사람이나 일의 가능성을 미리 한정해 버린다.
→ '어차피 난 무얼 해도 잘 안 될 거야'
7) 재앙적 사고
실제로는 사소한 실패인데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실패했다고 느낀다.
→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8) 임의적 추론
상대가 딱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상대의 생각이나 의도를 마음대로 추측한다.
→ '모두들 나를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인상깊은 구절 : 바람직한 수준(바람직한 나)과 현재의 수준(현재의 나), 이 차이를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을 때 "왜 내 인생은 이런 일밖에 일어나지 않는 거야"라며 푸념하면서도 막상 "한 가지씩 확실하게 해결해 나가야지!"라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대부분이 "생각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라며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버거울 수도 있겠지요. 결과만 생각한다면 '어차피 뭘 해도 안 되는걸'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 해결 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이라는 결과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람직한 나'와 '현재의 나'를 뚜렷하게 구별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려면 먼저 자극(스트레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극은 전제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하는 '주관'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자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하는 '주관'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자극을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면 스트레스 반응으로 전개되지만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면 스트레스 반응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평가'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가치관이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도 변화된다. 즉,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유형은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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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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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은이), 전왕록, 전혜진 (옮긴이) | 시그마북스 출간일 : 2009-04-10| ISBN(13) : 9788984453326 반양장본| 464쪽| 188*128mm (B6) | 25,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책을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는 책들이 있습니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 없이 필요한 부분만 그때 그때 읽어도 무방한 일종의 레퍼런스용 책들이 그렇죠. 그런 책들은 대체로 분량도 만만치 않고 가격도 쎕니다. 하지만 일단 책장에 꽂아두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실제로 가끔 필요할 때마다 요긴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도 그런 책 중의 하나입니다. 다행히 양장본이 아닌데 안 그랬다면 가격이 더 올랐을 수도 있겠네요.
그동안 철학, 사상에 관한 책들은 지역으로 구분하여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 권에서 같이 다루더라도 챕터를 달리하여 서술하구요. 하지만 이 책은 동시대에 만개했던 동서양의 사상적 발전을 함께 다루면서 한 장의 지도로 파악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의도한 바를 이루었을까요?
일단 본문은 좋습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 사상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해를 돕는 사진과 그림이 가득합니다. 시대적으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모두 다루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동서양을 모두 망라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책 하나 달랑 읽고 동서양 사상에 대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런 책은 일종의 요약서이자 입문서이기 때문에 공부의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고, 길을 잃었을 경우 어떻게 제자리를 찾을지에 대해서 필요합니다. 즉 앞으로 이어질 더 방대하고 깊은 공부을 위해 필요한 내비게이션이라고 할까요.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일뿐 남들에게 가봤다고 말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사상/철학 공부를 위한 첫걸음이지 마지막걸음은 아닌 것이죠.
문제는 편집 마무리입니다. 제목에 떡하니 '지도로 보는'이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면 지도를 좀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어야 할텐데 이 책에서 지도가 하는 역할은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일단 세계지도는 각 챕터을 열면서 모두 10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에 일어난 동서양 사상의 변천을 기록한 세계지도는 1장과 5장 두 개뿐입니다. 나머지는 텅 비어있습니다. 원저에도 그런지 국내판을 제작하면서 실수로 빠뜨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지도로 보는' 이라는 수식어보나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네요. 본문 역시 따옴표 표시 같은 소소한 오탈자가 눈에 띄어 거슬리구요. 2쇄부터라도 깔끔하게 보충/수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하자면 꽤 공들여서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습니다. 단, 거슬렸던 편집상의 문제는 해결이 되어야 겠지만요.
몽테뉴가 제기한 교육 방법 다섯 가지를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첫째, 맹목적으로 암기하지 말아야 한다. "배물리 먹었는데 소화가 안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음식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또 영양을 공급해주지 못해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둘째, 학생은 너무 쉽게 권위에 복종해서는 안 되며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학생들이 진지하면서도 치밀하게 모든 사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어떤 권위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사항을 단순히 믿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책에 담겨 있는 지식만 습득해서는 안 된다.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너무 부족하다. 세계를 자신의 서재로 삼고 세계 속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한곳에만 갇혀 지내면 안목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넷째, 능력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 만약 체질과 성격이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똑같은 강의 방법과 교육방식으로 학생들 가운데 단지 몇 명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뿐이다. 만약 학생들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항상 나쁜 결과만 얻게 될 것이다.
다섯째, 선생님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과정을 잘 이끌어주고 학생들이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아이들이 하는 일마다 대신 해줘서는 안 된다. 선생님들이 혼자서만 발명하고 혼자서만 말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인상깊은 구절 : 군신 관계에 대해 황종희는 자신만의 확고한 견해가 있었다. 즉, 백성은 국가의 주체로 만약 천하에 백성이 없다면 군신 간의 명분도 사라진다.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군주라고 할 수 없고, 신하가 백성에게 마음을 쏟지 않으면 또한 신하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의미로 볼 때, 군신은 협력 평등 관계로 백성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것이며 단지 직위만 다를 뿐이다. 따라서 신하인 자가 일단 관직을 떠나면 군신 간의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황종희는 "내가 천하에 책임이 없다면 나는 군주에게 그저 행인에 불과하다"라며 그 동안 군주의 몸에서 발해지던 신성한 후광을 말끔히 거두어냈다.
선종은 돈오관(頓悟觀)을 근거로 인인심중자유불(人人心中自有佛), 즉 "누구나 마음속에 불심이 있다"는 이론을 제창했다. 선종은 불심은 마음에 있고 수행자가 각기 지니고 있는 불성을 깨달을 때 그대로 부처가 되고, 반면에 권위를 숭배하는 자는 부처를 우상으로 대하기 때문에 진정한 불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물론 '심중유불(心中有佛)'은 사람들이 바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중생으로서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의 돈오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한 '성불(成佛)'은 이미 부처가 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불성(佛性)에 대한 깨달음을 뜻한다. 깨닫는 그 순간 '성(性)'과 '신심(身心)'의 대립이 없어지고 마음뿐만 아니라 온몸은 부처가 될 것이라 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에야 부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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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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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상대를 단박에 사로잡는 '고수'들의 심리 테크닉 38 공문선 (지은이) | 쌤앤파커스 출간일 : 2009-03-25| ISBN(13) : 9788992647632 반양장본| 264쪽| 210*140mm | 12,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일단 히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제목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프롤로그에도 잘 설명되어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 미치는 영향력은 고작 7%에 불과하며 97%나 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전체의 93%를 책임진다는 것이죠. 따라서 정말 진심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또는 상대방의 진심을 눈치채기 위해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즉 히든 커뮤니케이션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히든 커뮤니케이션의 예에 대해서는 아마도 이미 많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많이 인용되는 '가가 가가?'만 봐도 억양을 어떻게 달리 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음절이라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구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한숨 푹푹 쉬면서 '사랑해, 사랑한다구'라고 말하면 분명 이 인간은 뭔가에 짜증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말과 행동이 상반된 메시지를 보일 경우 대개 행동이 주는 메시지를 신뢰한다는 점에서 히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비언어적 표현인 히든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고 해서 꼭 바디 랭귀지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말이 가지고 있는 진심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다룬다고 할까요.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큰 줄거리가 있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심리학의 연구성과들을 각각의 테마로 해서 하나씩 설명하고 있으니 필요한 부분, 흥미가 가는 부분만 먼저 읽어도 큰 무리가 없는 구성입니다.
최근 몇년간 이처럼 심리학에서 대중적인 연구들을 골라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이 책이 가장 나은 책이라는 평가는 못 드릴 것같습니다. 기획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그저 무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셨다면 딱히 메리트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몹쓸 책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저자는 성실하게 관련자료들을 잘 정리했고, 읽기에도 편안하게 잘 썼어요. 그저 유니크하지 않을 뿐이죠. 이런 분야의 책을 처음 읽으신다면 부담없이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인상깊은 구절 : 자기 PR의 최대 난관은 호감과 유능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이 되는 대신 호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떠벌리는 사람을 싫어한다. 상대의 자랑을 듣다 보면 자신이 열등하게 느껴지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느낌을 받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니 당신의 강점을 피력하는 만큼 작은 결점에 대해서도 터넣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진정한 친구 관계를 정의할 때 '상호의존'의 기준을 적용한다. 그 핵심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그들만의 자원이 있는가' 여부다. 상대가 나의 약점을 아록, 그럼에도 나를 받아들일 때 장기적으로 돈독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는 '진정한 친구'를 얻고 싶은 욕구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소통을 꿈꾼다면 완벽한 의견일치를 헛되이 바라지 말고 생각이 다른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과 상대의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와의 차이점을 신선함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듣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미처 몰랐던 주제나 주장을 접했을 때, 아무래도 신선하다고 느끼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입장이 완전히 똑같다면 설득할 것도 없지 않은가. 물론 격차효과에도 한계는 있다. 입장 차이가 웬만해야 대화도 되고 설득도 하는 법인데, 그 간극이 너무 벌어진 상태에서는 대화고 설득이고 간에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다. 상대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다가는 거부감이라는 역효과만 낳는다. 이 수준에 이르면 당신은 참신한 사람이 아니라 만인의 기피대상이 된다.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상대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한다. 히든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정공법으로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헤아림으로써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아니던가. 따라서 히든 커뮤니케이션은 그 속성상 먼저 들어야 하며,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말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은 말없이 '보이지 않는 대화'만으로도 깊이 소통하는 사람이다. 이를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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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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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 1% 금리가 실물경제의 흐름을 바꾼다! 김의경 (지은이) | 위너스북 출간일 : 2009-04-05| ISBN(13) : 9788996209829 반양장본| 312쪽| 225*170mm | 15,800원 부록 : CD 1장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경제니 재테크니 하나도 모르던 시절 예금, 적금 외에 돈을 굴릴 수 있는 곳으로 주식을 처음 알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이후 좌충우돌하며 이것저것을 배우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금리의 변동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죠. 금리의 중요성, 아니 부자들이 금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처음 배웠던 책은 바로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었습니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말이 있듯이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생각하는 것, 부자가 움직이는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결국 금리를 모르고서는 돈을 벌 수가 없는 것이죠. 금리에 대해서, 채권에 대해서 공부를 하려고 관련된 책을 하나씩 구입하고 있는데 다른 책들을 보느라 계속 뒤로 밀리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적당한 때에 여름휴가를 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금리의 중요성과 금리와 다른 경제요소와의 관계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책이 예쁘고,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다 보니 금리에 대해서 알아두어야 할만한 것들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용어해설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서 열심히 읽고 복습을 잘 하신다면 경제신문을 보시는데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우리는 금리에 대해 이론적인 공부를 하려고 책을 사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실제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특히 이 분야라고 할 수 있죠.
일단 금리에 대해서 기초를 잡는데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앞에서 했습니다. 돈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간 망설여집니다. 저자는 금리와 자산가격과의 관계를 반비례로 보고 있습니다. 네, 교과서적이죠. 주가란 기업의 현재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것이라는 점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현가할인한 기업의 현재가치가 작아집니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할수록 주가는 낮아져야 하고, 금리가 하락할수록 주가는 커져야 합니다. 레버리지 관점에서도 금리가 낮으면 손쉽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이 투자가 성공할 경우 미래실적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금리가 꼭지일 때 자산가격이 바닥이 되기 때문에 투자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다 멈추고 하락이 예견될 때를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금리가 꼭지일 때 투자를 하면 오히려 큰 낭패를 보는 게 아닐까요? 일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를 보겠습니다.
지난 5년간의 금리 추이와 종합주가지수를 비교해보시길.... 주식시장이 약간 선행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고 그래서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금리결정 전후로 반짝상승이 일어나기도 하죠. 하지만 큰 추세로 보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결정을 할 정도면 이전 분기부터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금리인하가 될 때마다 찌라시 언론들은 돈이 풀리니 금방이라도 주식과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는 이미 그 얘기를 1년째 계속 듣고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드디어' 올리기 시작했다는 말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고 내려서 자산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이 먼저 변동을 시작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움직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금리가 꼭지일 때가 아니라 금리가 바닥일 때부터 조금씩 사들여야 할 것이고, 좀더 확인해서 무릎에서 잡고자 한다면 기준금리를 막 올리기 시작할 때 사면 됩니다. 금리 인상은 신용팽창 즉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는 인증이자 금리를 올려도 경제가 버틸 수 있다는 정부차원의 보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빠져나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리인상이 3~4회가 되면 버블이 아닌지 경제지표를 살펴가며 조금씩 발을 빼야 할 것이고 어깨에서라도 팔고자 한다면 금리를 막 내리기 시작할 때가 적기일 것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기순환이 아니라 요즘같은 대위기에선 정부가 앞뒤 안가리고 돈을 찍어서 뿌리죠. 국가경제가 나중에 병신이 되든 말든 일단 당장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심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돈GiRal를 통해 지표가 쬐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면 이젠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인해 다시 돈을 회수하려고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하게 되고 그러다 다시 불씨를 꺼뜨리며 더블딥으로 가는 우를 역사교과서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금리추이가 정말 중요하기는 하지만 다른 요소까지 신중하게 잘 살펴서 투자를 해야 큰 낭패를 보지 않을 것입니다. 하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정리하자면 금리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닦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반면에 금리추이를 통해 자산매입/매도의 타이밍을 잡기에는 너무 교과서적인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결론은 어중이떠중이 재테크 책에서도 숱하게 보는 것인데 금리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조차 거기에 멈추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상깊은 구절 : 자연과학 법칙과 달리 특히 금융지식이나 경제법칙 같은 사회과학 법칙은 반드시 어떤 경우라도 모두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는 말이다. 사회과학 법칙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서 '주로 그렇게 되더라'는 것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주로' 그럴 뿐이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돈 벌 기회를 찾고 있다면, '요즘엔 왜 법칙대로 흘러가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현상을 파악해 보라. 바로 그곳에 기회가 숨어 있다. 'Be Smart'의 과정은 무시한 채 남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 'Act Fast'만 하다가 쪽박 차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금융지식과 경제법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Be Smart'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 그야말로 이론만 강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Act Fast'만 하는 결정은 더더욱 위험한 일임을 명심하자.
세계의 경제가 그토록 불안에 휩싸인 것은 단순히 미국의 금융기관이 파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달러가치를 신봉하며 미국국채를 사들인 나라들이 '아차' 싶었다. '과연 미국이 이 많은 빚을 갚을 수 있을까?'라는 원천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국가경제가 적자이면 정부재정이라도 튼튼하든지, 정부재정이 커지면 국가경제라도 흑자라야 하는데, 이건 둘 다 적자다. 그것도 엄청난 규모로 말이다. 지금 전세계가 돈을 풀어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려 한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도 있고, 꼭 성공하기를 필자도 바란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세계 최고 국가의 세계 최대의 빚을 결국 갚을 수 있을까? 경제는 사람들의 심리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세계 사람들이 어느 날 미국이 빚을 못 갚을 거라 확신한다면 어떤 혼란이 일어날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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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 | 2009/04/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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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에스시 -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Esc>를 만드는 사람들 (엮은이) | 한겨레출판 출간일 : 2008-04-16| ISBN(13) : 9788984312609 반양장본| 292쪽| 223*152mm (A5신) | 12,000원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ESC는 명랑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겨레'의 생활문화매거진 섹션입니다. 물론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는 군요. 한겨레에서 만들면 뭐라도 진지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고, 실제로 가끔 읽어본 적이 있는 출판섹션 같은 경우는 정말 진지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ESC는 좀 다를까요. 네, 그러자고 만들었답니다. 눈은 풀어지고 어깨에는 힘을 빼고 즐겁게 명랑하게 살아보자고 찾은 아이템들이 가득하네요.
그런데 서문의 제목은 '한가해서 죄송합니다'입니다.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이 죄송한 일이 되는 것은 아마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와 같은 맥락이 아닐지.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은 세상 모두가 즐거워져도 스스로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 말짱 황이라는 것입니다(혼자만 괴로우면 무슨 재민겨). 모두가 잘 살아도 내가 잘 살지 못하면 그 또한 무슨 민폐랍니까(혼자만 못 살면 무슨 재민겨). 진지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할 지라도 세상 모든 일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다른 사람에게도 진지함을 강요한다면 전 노, 쌩큐입니다. 즐~
이 책에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며 사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즐기지 못한 시시콜콜한 즐거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것은 역시 공항이랑 친하게 지내기랑 알고 보면 재밌는 테마파크 이야기네요.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재미를 찾으시겠죠. 서문을 보면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은 '차카게 살자'와 '잼있게 살자'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론 저는 잼있게 살자입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즐거우십니까?
재미있게 살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말을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1) "지금 사는 게 재미있니?"
자신에게 매일 물어보세요. 24시간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 하루에 몇 번 정도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2) "아, 심심하다"
심심해야 합니다. 심심해야 놀 거리를 찾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 심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세요. 심심할 틈이 없는 삶은 지루합니다.
3) "넌 꿈이 뭐니?"
자주 잊어버립니다. 뻔한 질문 같지만 이 질문을 잊으면 안 됩니다. 꿈이 사라진다면, 현실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기 위해 재미있어지세요.
4) "좀, 대충대충 해"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면 늘 시간이 없어집니다. 조금은 대충대충 하세요. 하지만 모든 일을 대충대충 해왔던 분들은, 사용 금물입니다.
5) "도대체, 너는 누구니?"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까? 스스로를 잘 알아야 정말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물어보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재미있게 살기 위해 하루에 한 번도 하지 말아야 할 말도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1) "지겨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 그렇지 않습니다.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단정 짓는 순간, 정말 그렇고 그런 삶이 돼버립니다. 지겨워하지 마세요.
2) "미쳤냐? 내가 소셜 포지션이 있지?"
소셜 포지션이 있으시군요. 좋으시겠습니다. 어떤 소설 포지션인지 궁금합니다만 그런 거는 회사에도 두고 오시고, 좀 재미있게 놀아봅시다.
3) "야, 먹고살기가 힘들다"
진짜 먹고살기 힘든 분들이 아닌데도 이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정말입니까? 먹고살기 힘듭니까?
4) "너, 몇 살이야?"
몇 살인지 알아서 뭐 하시게요? 줄 세우시게요? 줄 세워서 뭐 하시게요? 명령하시게요?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라면 나이를 잊어버리세요.
5) "그거 해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책, 음악, 여행, 음식, 영화, 공연..... 열심히 해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죠? 돈을 벌 수도 없고. 하지만 문화적인 경험이야말로 훗날 당신의 가장 큰 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 '한겨레'에서 신문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의 편집철학 제1은 '진실'이나 '정의', '진보'처럼 거창하고 고급스런 화두가 아니다. 한 언론인 출신 소설가가 강조하는 '사실과 의견의 구분'도 아니다. 그저 '재미'다. 모든 매체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나라와 민중을 걱정하며 심각한 척해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하지만 재미는 종종 가볍고 웃기고 선정적인 것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의미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나에게 거시적 재미란 누군가 시키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마음이 동하는 걸 하는 순간이다. 허나 언제나 그럴 수 있다는 기대는 철없는 것임을 잘 안다. 알면서도 그 명백한 지향을 잃고 철이 들어버린다면 재미없는 일들만 철철 넘칠 듯하다. 한 번 사는 인생. 우리는 지루하지 않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눈에 힘 잔뜩 주고 만들던 기존 '한겨레'와는 달리, 조금은 '풀린 눈'으로 독자들과 소통하자며 출발했습니다. 눈에 힘을 빼면 세상이 가볍게 보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해보아도 죽기 전에 다 못할 것 같은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쌓여 있습니다. 한데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 자판의 Esc 키를 옮겨놓았을 뿐인데, 왜 영어를 제호로 쓰느냐는 타박을 당했지요. 창간호 1면 특집만화에 등장한 스파이더맨과 슈퍼맨, 원더우먼과 배트맨의 수다에도 원성이 잠시 끓었습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리고 가꿔야 할 신문에서, 그것도 전면에 제국주의 문화의 아이콘들을 캐스팅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노예가 돼가는 젊은이들을 구제할 방도가 무엇이냐는 따가운 질문도 받았습니다. 한가한 이야기에도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함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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